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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청은 2017년 전국지자체 중 50대 독거남성의 열악한 삶을 최초로 주목하고, 나비남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현재까지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쳐왔다. 프로그램이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은 구정의 최고 책임자의 관심과 의지는 물론, 일선 현장에서 직접 담당 사업을 추진했던 실무자들의 노력 역시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2017년부터 나비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현재 50스타트센터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김화진 주무관을 만나 그간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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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재까지 나비남 프로젝트와 관련 어떤 업무를 담당하셨나요? A. 2017년 2월에 나비남 프로젝트가 시작됐잖아요. 저는 17년 7월부터, 신월1동에서 나비남 사업 담당 했었습니다.프로젝트 전에 진행된 전수조사에서는 신월1동이 나비남들이 제일 많았어요. 한 892세대 정도 됐었는데, 위험군을 발굴하고, 그 이후에 적절한 서비스를 연계했습니다. 사실 2017년에는 서울시에서 고독사 예방사업 특별교부금이 있었어요. 그 예산으로 동별 예방사업을 했는데. 신월1동에서는 나비남들의 정서적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희망텃밭 사업, '집밥이 쉬워졌어요'라는 요리 프로그램, '깨끗한 몸 건강한 몸' 이라는 목욕쿠폰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집밥이 쉬워졌어요‘은 단순히 요리기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요리하면서 대화하고 같이 식사하면 서로 편해지고 친해지잖아요. 이렇게 나비남 간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또 신월1동은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입니다. 지층이나 옥탑, 또 반지층같은 1층에 거주하는 독거남들이 많은데, 혼자 생활하다보니 위생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독거남성들을 대상으로 사우나 쿠폰을 지급하여 건강하고 청결하게 생활하시도록 ’건강한몸 깨끗한몸‘ 사업도 했어요. 제가 담당했던 건 텃밭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업과 멘토링 프로그램 등이었구요. 18년 8월에 구청 복지정책과로 와서 50스타트센터 운영 담당을 맡게 됐고요. 양천구 전동 나비남을 대상으로 50스타트센터를 한빛복지관과 협업하여 운영하다 보니 단순히 복지자원을 연계하는 역할보다는 센터가 지역주민과 나비남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잡고, 나비남 스스로 자기관리 및 자기주도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사업에 비중을 두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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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50대 독거남에 대한 지원사업이 최초였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A. 전수조사 때부터 어려움이 있었죠. 조사 대상자가 혼자 사는 50대 남성이다 보니 여성 담당자 혼자서 조사를 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항상 2인 1조로 다녀야 했구요.또 조사해야 하는 대상이 많았기 때문에 '우리동네 주무관', ‘복지통장’ 등 다 협업하여 조사를 했었죠. 노인 같은 경우는 법에 근거 규정이 있기에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 나비남 같은 경우는 전수조사를 위한 법적 근거가 없으니까. 찾아가서 뭐 "나비남이라서, 독거남이라서 어떻게 사시는지 확인하러 왔습니다." 이런 말은 전혀 못하고, "저희가 요새 세태가 1인가구로 가다보니까 잘 지내시고 있는지 확인하러 왔어요. 뭐 어떻게 생활하세요?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세요?" 뭐 이렇게 접근했었죠. 그래도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내 정보를 어떻게 알고, 내가 혼자 사는지 어떻게 알고, 이렇게 불편해하는 시선들이 있어 그분들이 받아들이기 편하게 이야기하려고 신경 쓰고 조사했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저도 전수조사 시 능숙하게 대화를 이끌어가지 못해서 어려웠는데 하다 보니까,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일은 가까운 곳에서 하시나요?" 등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다른 이야기들로 끌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떻게 ‘상담하고 조사를 해라’하는 매뉴얼이 있었던 게 아니고 각 동별 담당들이 현장에서 부딪치면서 수정해나갔던 거 같아요. 신월1동, 신월3동, 신정3동, 신정4동은 독거남이 많아서 동 담당끼리 공유하면서 했어요. 제가 있었던 방문복지팀 내에서도 계속 전수조사하면서 이럴 땐 이렇게 하자, 저럴 땐 저렇게 하자 하면서 계속 고민하면서 추진했어요. 나중에는 그렇게 불편하지 않게 전수조사 할 수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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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조사에 이어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또 진행을 하셨는데요. A. 프로그램 진행 역시 17년도에는 정신이 없었던 거 같아요. 새롭게 사업을 구상했어야 했고, 또 예산 집행 문제 때문에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이었죠. 저희가 조사하면서 확인했던 욕구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바로 추진을 했었죠. 그래도 2018년부터는 나비남 사업에 지역사회보장협의체도 함께 참여했고, 또 권역별 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민관협력회의 등을 하면서 틀을 잡아갔어요. 어떤 사업들이 더 필요한가에 대해서 서로 고민하고, 기금도 마련할 수 있었죠.한편, 먹거리지원, 물품지원, 자조모임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3년 동안 진행하다 보니 각각의 프로그램이 장기적이나 단기적인 것을 떠나서 그냥 뭘 하든지, 그게 일회성이든 여러 번 지속해서 하는 거든, 대상자들이 내가 여기에 왜 왔는지, 어떤 지원이 받고 싶은지, 장기적으로 이런 지원들을 통해서 지역사회 내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싶은지, 어떤 모습으로 생활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계속해서 고민하고 나누는 계기가 있으면 스스로 성장해 가시는 것 같아요. 프로그램이 단기적이냐 장기적이냐를 떠나 다양한 시도들이 계속 이뤄지고, 또 같이 가야되는 것 같아요. 예컨대 저희가 뭔가 되게 좋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해서 만들어놔도 그런 것들이 오히려 지속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오히려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만족도가 높고, 또 거기서 당사자들끼리 많이 친해지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내년 사업을 구상하면서는 단순히 2~3년 이렇게 단기적으로 가는 게 아니라 조금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렇게 봐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어요. 즉, 궁극적으로 자립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건데, 저번에 추진된 나비남 매칭펀드도 그래서 생각하게 된 거죠. 직접적인 일자리 지원 같은 경우, 고용노동부나 구청 내 일자리경제 팀 등 타 부서에서 이미 하고 있으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나비남들의 자립 의지를 고취시키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본인이 월 10만원 입금하면 후원금으로 15만원 매칭해주니까 1년 후 300만원이면 되게 큰 돈은 아님에도, 어느 정도 목돈을 만들 수가 있잖아요. 대상에 따라서 어떤 분들은, 본인부담금은 10만원으로 입금하면 되는 데도 여유가 되는대로 그 이상의 많은 금액을 입금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분들한테는 매칭펀드가 긍정적으로 작용을 한 거죠. 이렇게라도 해서 내가 보증금이라도 조금 마련해보겠다 아니면 치과치료 등 의료비에 쓰고 싶다 뭐 이런 계획들이 있으신 거죠. 사실 불편한 곳을 치료받고 하는 이런 의지들도 나중에 보면 취업이나 자립 그게 아니더라도 변화하려고 하시는 거거든요. 단순히 아픈 데를 고치겠다가 아니라. 그렇게 계속 뭔가 스스로 변화해보려고 하고 이런 것들 자체가 저는 어떤 꿈틀거림이라고 생각해요. 뭔가 스스로 지역사회로 나오기 위한 전 단계, 그래서 그런 쪽으로 구에서는 고민하고 지원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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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남 프로젝트의 의의는 무엇일까요? A. 아시겠지만 동 같은 경우는 나비남 사업 하나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그러기 때문에 담당자들이 나비남 사업에만 집중하여 추진하긴 어려운 현실이죠. 그래도 저는 나비남 프로젝트가 의미 있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일반적으로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중장년 남성으로 보진 않거든요.저소득 가구, 노인 1인가구, 한부모 혹은 미혼모부자가정 등으로 대상을 한정하는 편인데 중장년 1인 남성가구가 복지사각지대에 실제로 속해 있는 분들이 많다는 걸 저희가 인지하게 됐다는 점이죠. 그에 따라 여러 지원사 업을 지금까지 펼친 거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가 3년차 됐는데도, 언론이나 지역사회에 나비남 프로젝트에 대해서 소개되면 되면 댓글이나 반응에 "그 사람들 뭐 하러 도와 주냐" 이런 반응들이 많아요. 왜냐하면 일반적 시선에서 봤을 때는 50대 남성은 아직도 왕성히 일할 수 있는 나이이고 본인이 안하니까 어려운 처지라고 보는 거죠. 후원기관에서도 독거남 말고 다른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싶다 이런 의견들이 많아요. 그래도 나비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 속에서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변화해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변화하고 있는 과정인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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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에서 최초로 개설된, 50스타트센터에서도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A. 지자체든, 국가든 많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잖아요. 그냥 정책만 가지고는 구체화되는 데 오래 걸리고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는 거 같아요.우리 구는 나비남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차근차근 단계별로 고민하면서 갔던 것 같아요. 전수조사를 통해 욕구파악을 하고. 욕구를 중심으로 각 동별 상황에 맞게 1~2년 진행하다 보니 동별로 중복되는 사업도 있고 필요한데 없는 경우도 있고 했어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그 정책들을 구체화하기 위한 거점기관이자 커뮤니티 공간으로 50스타트센터를 만든 거죠. 50스타트센터 개소 후에 양천구 나비남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고민하고 시도했어요. 요즘은 누구에게나 커뮤니티 공간이 필요하잖아요. 공유 공간 같은 게. 나비남들도 센터에 자유롭게 와서 쉬거나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고. 또 센터가 있었으니까 지역사회 내 여러 자원이 모이고 그렇게 모인 자원을 나비남에게 연계하고, 또 필요한 사업들이 있으면 후원기관을 통해 추진해가고 그렇게 운영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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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으로 대상자 분들을 만나오셨는데, 소개해 주실만한 경험이 있을까요. A. 재밌는 거 별로 없구요(웃음). 어쨌든 10~20년 동안 은둔생활 했던 분이 지역사회에 나와서 일자리를 찾거나 지역사회에서 다른 어려운 이웃을 위해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했다?이런 생각들이 들긴 하죠. 그런데 수급자였거나 고립되었던 남성들이 일자리를 구하고 주거환경이 개선되면 안정될 거라고 여겼는데 그게 전부는 아닌 거 같아요. 그 나름대로 일상에서 겪는 또 다른 어려움들이 다 있으시더라구요. 자립을 위해서는 나비남들의 생계, 주거 안정이 우선이긴 하지만, 그 후에도 본인 앞에 높인 여러 어려움들을 해결해가야 하는 거죠. 결국은 사회적 지지와 관심, 지원과 더불어, 본인 스스로 자립하고 공동체 안에서 생활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과정들은 짧은 시간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좀 더 긴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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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프로그램을 진행하신 측면에서, 나비남 프로젝트에서 보완되어야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A. 일단 민관의 사업공유가 좀 더 자주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50스타트센터가 신월1동에 있어요. 신월동 지역에 나비남이 많아서 그 지역에 세워지긴 했는데 양천구 전체를 대상으로 운영되기엔 지역적으로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아요.또 권역별로 지원하는 사업이 달라서 다른 권역에서, 예를 들어 밑반찬 등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대상자가 있더라도, 그 분은 지원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요. 이를 보완하고, 또 중복되는 사업을 협의하고 조정하는 민관회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한편, 나비남의 사회적 관계망을 강화하거나 나비남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사업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그것과는 무관하게 나비남들이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하는 차원으로 모임을 계속 스스로 운영해가고 나아가 지원을 받는 입장이 아닌 자립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이 형성되어야 하고요. 물론 지금도 계속 노력하고 중점으로 두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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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내년 사업 방향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도 이어서 이야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나비남의 자기주도적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을 지금 계속 고민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나비남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인식개선을 위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활동을 기획하고, 또 이를 통해 독거남들 스스로 ‘내가 이렇게 할 수 있구나’하는 자신감이나 성취감 등이 높아져서 지역 내에서 또 다른 어려운 이웃을 위해 활동까지 이어질 수도 있겠죠. 그렇게 된다면 나비남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장기적으로 나비남 프로젝트 자체가 이 이름으로 계속 갈지 아니면 다른 형태로 변화될 지는 저도 아직 모르겠지만, 지금 복지의 흐름 중 하나가 주민관계망 형성사업 주민이 주민을 돌보는 방식으로 가고 있는 거 같아요. 국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내려오고 점점 동 단위까지 내려와서 그 안에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형태죠. 이런 사업들을 여러 가지 형태로 시도해보고 또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주민이 주민을 서로 돌보고 돌봄 받는 선순환되는 문화가 어느 시점에는 이루어지겠죠. 그래서 나비남 프로젝트도, 이 나비남들 안에서 지원을 받는 분들도 계시고 또 지원을 받다가 이제 지역사회 내에서 다른 어려운 이웃을 위해 활동하는 분들도 계시고, 누군가는 주고 누군가는 받는 이런 관계가 아니라 그냥 이제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속에서 관계망 맺으면서 서로 돕고 돕는 관계로 나중에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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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끝으로 나비남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제가요? 제가 뭐 할 이야기가.(웃음) 우리 양천구가 매번 나비남 분들한테 하는 이야기, 양천구는 나비남, 그러니까 독거남을 응원합니다. (웃음)그거 말고 뭐 제가. 당부나 격려는 개인적으로 나비남분들과 이야기하거나 상담할 때 많이 하죠. 선생님(나비남)은 너무 잘 하시고 계신다고. 저는 선생님(나비남)이 잘하실 수 있다고 믿는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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